추신구라 1/47 (忠臣藏 1/47, 2001)
제작 : 일본, 후지 TV 출연 : 기무라 타쿠야, 사토 코이치, 후카츠 에리, 츠츠미 신이치, 마츠 다카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최신개봉작 <하나>는 작년 부산영화제 공개 때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을 끌었습니다. 저 역시 무척 보고 싶었지만 꽤나 매진사례였고, 바빠서 도저히 기회가 나지 않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죠. <아무도 모른다>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던 고레에다 감독이 코믹 사무라이 영화를 만들었다니, 더군다나 그 ‘아사노 타다노부’가 나온다더라... 일본 영화팬들이라면 정말 귀가 솔깃할만한 거리가 다분한 영화였습니다.
이렇게 해를 넘기고 드디어 <하나>가 개봉을 하게 되어서 무척 기쁜데요.
영화를 보러가기 전, 고레에다 감독의 짧은 인터뷰를 읽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 일본의 전통적인 사무라이 복수 플롯을 비틀어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대표적으로 지칭해 예를 든 것이, ‘추신구라’(忠臣藏)였습니다. 일본인들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충의의 사무라이 영웅담. 추신구라. 가부키 연극으로 널리 전해져 왔고, 현대에 와서도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로 계속 만들어졌을 정도로 자국에서는 인기가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 영화 ‘하나’를 보기 전에 먼저 추신구라 이야기에 대해 알아보는 게 좋겠다 싶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제일 많이 알려진 것이,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한 2001년 후지 TV 특집극 <추신구라 1/47> 이구요. 구하기도 제일 쉽죠.
추신구라의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때는 1700년경 일본의 중세 도쿠가와 막부 정치시대, 쇼군 츠나요시가 다스리던 시절. 청렴하고 무사의 도를 중요시 여기는 아코우번의 영주 아사노 타쿠미노가미는, 부유하지만 속물적인 또 다른 영주 키라 고즈케노스케에게 칼을 듭니다. 정월을 맞아 에도를 찾는 조정의 사자들을 접대하는 임무를 맡은 아사노가 지도역을 맡은 키라에게 관행대로 뇌물을 바치지 않자, 앙심을 품은 키라가 그에게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갖은 모욕을 준 것이 화근이 된 셈이죠. 키라는 다행히 상처만 입고 목숨을 건졌지만, 에도성에서 칼부림을 한 것은 쇼군에 대한 반역이라 하여 장군 쓰나요시는 아사노에게 절복(할복 자살)을 명합니다. 아사노는 ‘이 모든 것은 객기가 절대 아니었다’는 유언을 남긴 채 절복하고, 아사노가는 몰수됩니다. 하지만, 싸움의 대상인 키라측은 아무런 처분도 받지 않았습니다. 불공평한 처사에 분노한 아사노가의 가신과 무사들은 아사노 영주의 동생을 중심으로 가문을 재건해야 한다는 ‘온건파’와 당장 키라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강경파’로 나뉩니다. 온건파의 중심에는 가로인 오오이시 구라노스케가 있었고, 강경파의 중심에는 타카다 노바바 출신의 젊은 무사 호리베 야스베이가 있었습니다. 가로인 오오이시가 강경파 무사들과 밀약을 맺고, 교토에서 재건을 노리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주군을 잃은 떠돌이 무사, 즉 낭인이 되어 방황을 하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주군과 함께 경제적 수단인 직업도 잃었고, 세상에게서는 복수도 할 줄 모르는 바보들이라는 불명예스런 비난을 받게 된 것이죠. 아사노가 죽은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사노가의 재건은 불가능해보이고, 마침내 오오이시는 호리베와 함께 복수를 결단합니다. 단순한 복수가 아니라, 불공평한 판결을 내린 쇼군에 대한 집단적 항의라는 명분을 내세웠지요. 그리하여 이 해 최종으로 남은 47인의 무사가 죽음을 결심하고 12월 14일 한밤중에 키라의 저택을 습격합니다. 사투 끝에 마침내 키라의 목을 베어 버리면서 복수는 성공하게 되죠. 기나긴 전국 시대도 끝나고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때였기에, ‘사무라이의 도’라는 것은 이미 잊혀져 가고 있었던 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의 거사는 당시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화제를 불러 모았던 모양입니다. 명예는 회복하였지만, 이 역시 쇼군에 대한 반역이나 다름없었기에 47인의 무사는 모두 절복을 명령받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 이야기는 일본 전역에 널리 퍼지고 구전되어 오늘날까지 가장 대표적인 충절 스토리 <추신구라>로 전해져 왔다고 합니다.
<추신구라>는 꽤나 옛날 옛적 이야기인데다 각 지방마다, 각 시대마다 그 줄거리가 조금씩 첨가되고 변형되어 왔다고 합니다. 우리 나라의 콩쥐 팥쥐 설화가 지방마다 조금씩 이야기가 다른 것처럼 말이지요. 처음 가부키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 지기 시작했을 때, 굉장한 인기를 끌었지만 역시 내용이 지배자에 대한 반역, 반항을 담고 있다 보니 상연이 한동안 불허되기도 했습니다. 메이지 유신 때 비로소 금지령이 풀렸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현재 수많은 버전의 추신구라 이야기가 있는데, 거사에 참여한 무사가 47명이나 되다 보니 각각 인물이 주인공이 될 때마다 그 시점이 다르고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찾아보니 이런 책들도 국내 출판되어 있네요.

좀 더 오래된 사극 버전 추신구라입니다.
미조구치 겐지같은 일본의 거장감독이 <47인의 사무라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만들기도 했었고, 그 유명한 구로자와 아키라의 <7인의 사무라이>도 이야기의
연원이 충신장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NHK의 단골 사극 소재이기도 했지요.
니혼 TV에서 올해 봄 조사한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100인의 위인 영웅들을 보면 1~10위에 사카모토 료마, 나폴레옹, 오다 노부나가, 요시츠네, 심지어 요절한 가수 오자키 유타카까지 있는데요.
<관련 자료는 이곳 -> http://www.magazinet.co.kr/Articles/article_view.php?article_id=45740&page=1&mm=012004002>
이런 자료를 보면 일본인들이 꽤나 ‘비극적 히어로’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추신구라 이야기가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것도 역시 같은 맥락인걸까요...
어떻게 사느냐 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죽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명예와 의리, 충절을 목숨보다 먼저 생각하는 일본의 뿌리 깊은 문화의식인 것일 지도요.
조금 비약일지는 몰라도 이러한 문화를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자살특공대와 집단 옥쇄로까지 연결 지어 볼 수도 있겠네요.
드라마 <추신구라 1/47> 도 계속 이 주제의식을 반문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47인의 무사 중 처음부터 복수를 주장했던 강경파 무사 호리베 야스베가 주인공입니다. (그래서 1/47이 붙는 건가봐요. ^^)
타카다노바바 출신 촌뜨기 검사 나카야마 야스베가 어떻게 호리베 야스베가 되어 아사노가의 무사로 들어 갔는지, 그는 왜 주군 아사노를 진심으로 섬기게 되었는지, 왜 사랑하는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복수를 감행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그날까지 주욱 행적을 쫓고 있습니다.
호리베는 본디부터 불의를 참아 넘기지 못하는 곧은 성품의 남자입니다.
검술실력도 뛰어나고 성질도 다혈질이죠. 그것 때문에 유명해져서 아사노의 무사가 된 것이지만요. 하지만 다른 면으로는 꽤나 쑥맥이고 처세술도 그다지 뛰어나보이진 않습니다.
그에게 있어 주군의 사건은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당장 주군을 죽음으로 몰고 간 키라라는 놈을 한 칼에 베어버려야지, 안 그러면 스스로 부끄러워서 살 수가 없죠.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결론내리고 있어요.
이 주인공과 대립항처럼 그려지는 인물이 바로 아사노가의 가로 오오이시 구라노스케입니다.
그는 처음에는 부인에게 ‘히루안동(대낮에 등에 불을 넣어도 알 수가 없다)'라고 불릴 정도로 언제나 똑 부러지지 못하고, 야망은 커녕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처럼 대충 살아가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히루안동? 오오이시 구라노스케입니다.
<기묘한 이야기 - 핸드폰편>의 주인공이라고도...
사토 코이치가 역을 맡았고, 굉장히 현대적인 느낌이 나는 인물입니다.
그에게는 비록 대가 세기는 하지만 현명한 부인도 있고, 이미 아이들이 넷 아니 다섯이나 있습니다.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럽고 특별히 욕심을 부리지도 않는 삶을 즐길 줄 아는 인물인 것을요.
주군이 막상 그렇게 되자, 그는 아사노가의 재건만한 복수가 따로 없다며 불필요한 폭력을 거절합니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그의 신조는 ‘잘 살지 못하는 놈은 잘 죽지도 못한다’ 였습니다.
호리베가 그렇게 천착하는 ‘어떻게 사는 가보다 어떻게 죽는가가 더 중요하다’ 와 반대되는 가치관이죠.
사실, 추신구라 이야기를 관통하는 큰 맥락은 이 두 남자의 대립입니다.
두 캐릭터로 대표되는 두 가지 가치의 저울질은 극 전체의 주제나 다름없거든요.
그리고 오오이시가 결국 호리베의 집념과 현실 앞에 무릎 꿇고 함께 목숨을 건 결전을 벌이는 것이 클라이맥스이구요.
아사노 영주도 생전에 너무도 다른 듯한 이 두 사람을 꼭 만나게 하고 싶어 했지요.

굉장히 극단적으로 다른듯 하지만 닮은 것도 같은 두 남자
그렇다면 얼마나 그 주제가 잘 표현되었는가.
솔직히 말하면 만족스런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까처럼 말했듯이 두 남자의 대립과 화해, 같은 결론을 도출하기까지의 과정이 리얼하고 공감 가도록 그려져 있어야 하는데 주인공인 호리베쪽에 무게를 실어 주다보니 그다지 만족스런 화학작용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호리베는 오오이시 말고도 발을 담근 관계가 많아서 이 관계들도 모두 한 번씩 모두 카메라에 담아줘야 했거든요.
첫번째, 호리베가 아사노가에 들어오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그의 아내 호리입니다.
‘단무지’로 상징되는 그녀와의 사랑. 호리베로 하여금 살아있는가, 죽어있는가를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만든 사람이죠.

호리베의 아내 호리
<춤추는 대수사선>의 스미레 형사, 후카츠 에리입니다. 굉장히 귀여워요.
두 번째로, 오랜 동료 타카다 군베가 있습니다.
그와 검술 도장 동기이기도 한 군베는 복수극에 참여하는 대신 보다 윤택한 삶을 선택합니다. 호리베는 처음에는 명예대신 편하고 배부른 길을 택한 그를 비난했지만, 마지막에 그와 다시 모종의 화해를 하게 되죠. 역시 이 극의 주제를 다시 한 번 반추하게 되는 계기를 제공하는 관계입니다.

호리베의 친우, 타카다 군베.
일본을 대표하는 청춘스타 츠마부키 사토시의 좀 더 어린시절이네요.
지금은 당당한 주연급이지요. 그나저나 기무라군과 친구로 나왔다는게.... OTL
세 번째로, 잠깐 스쳐가는 사창가의 여자(게이샤...일까요?)도 있습니다.
몇 번 나오지는 않습니다만, 호리베에게 잠시나마 위안도 주고 정보도 주는 여자죠.
그녀의 짧은 몇 마디 언사가 그의 행동에 다소나마 정당성을 부여해줍니다.

마츠유키 야스코. TBS 드라마 <모래그릇>으로 제게는 더 기억에 남는 분.
출연 분량은 극히 짧지만, 뇌쇄적이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줍니다.
최근에는 영화 <훌라 걸즈>에도 나오셨더군요.
더군다나 키라와 호리베의 예전부터의 감정의 앙금들이 묘사되는 등 여러 가지로 눈 돌리는 데가 많다 보니 위에 이야기한 두 남자의 이야기가 아쉽기 짝이 없게 된 거죠.
한 이야기, 한 이야기만 놓고 보면 모두 재미있고 필요해 보이는데 극 전체로는 통일성이 결여되고 있어요.
추신구라 전체 주제의식도 뭐랄까.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인 저로서는 좀 공감하기 힘든 내용이지요.
하루아침에 영예로운 무사라는 지위도 경제적 능력도 잃어버리고, 복수도 못하는 바보멍청이라는 불명예까지 얻은 비참한 신세는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람이, 그렇게까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호리베가 복수를 만류하는 아내에게 이야기하는 다음과 같은 대사를 보면
나는 무사야
이대로라면 살아있을 의미가 없어
살아가는 것에 애초부터 의미란 없어
어떻게 죽을 것인가
어떻게 떳떳하게 사라질 것인가
무사는 매일 죽을 장소를 찾기 위해 살아 간다
이 대사, 객관적으로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살아가는 것에 애초부터 의미란 없다니요.
사는 것에 왜 의미가 없어요. 대체 무슨 소리랍니까.
명예가 그렇게 중요한가...
그리도 중요한 명예로운 죽음이라는 것도, 결국 올바른 삶을 제대로 산 뒤에나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것 때문에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다 외면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드라마 제작진이 이 주제가 현대 사회에 그다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결국 마지막에 호리베는 복수를 완성한 뒤, 조금 생각을 바꿉니다.
복수의 현장이 꽤나 처참했거든요.
그래서 배신자나 다름없는 친구 군베에게 이야기하죠.
"너는 떳떳하게 살아라. 나는 죽을 장소를 얻어 겨우 알았다.
죽는 것보다 남겨져 살아가는 것이 더욱 힘들어. 그러니까, 군베. 너는 가슴을 펴고 살아.
살아줘."
살아가는 것이 더욱 힘들다. 그렇지만 가슴을 펴고 살아줘.
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언제나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 같네요.
아니, 그걸 복수 다 한 다음에 깨달으면 뭐 한다는 거예요.
한 가지 더 아쉬운 것은, 그저 열혈청년에 불과했던 촌뜨기 호리베가 어떻게 아사노에게 감복 받았는지 그리고 충의와 명예를 드높게 생각하는 숭고한 인물이 되었는지 각성과정이
설득력 있게 묘사되고 있지 않다는 점.
막판에 그의 가치관이 급 변모한 것도 조금은 의아스럽죠.
특집극이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명절 특집극 정도로 생각하면 곤란할 정도로
초 호화 찬란 캐스팅입니다.
일본 드라마 즐겨보시는 분들은 아는 얼굴이 많이 나와서 꽤 즐거우셨을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주인공 호리베 야스베 역의 기무라 타쿠야는 말할 것도 없구요.
앞서 등장한 후카츠 에리, 츠마부키 사토시. 마츠유키 야스코.
아사노 영주는 츠츠미 신이치, 그 부인 역할은 <히어로>, <러브제너레이션>의 마츠 다카코입니다.

마츠 다카코. 네임 밸류에 비해 출연 분량이 너무 짧았어요.
하지만 이건 남자들의 이야기니까, 어쩔 수 없지요.
그러고 보면 SMAP멤버들이 함께 공연한 여배우들이 꽤나 많이 겹치는 것 같습니다.
언제한번 이걸로 포스팅해볼까 생각 중.
오오이시의 아들 치카라 역할은 놀랍게도 V6의 오카다 준이치입니다.
이 리뷰를 쓰게 된 계기 <하나>의 주인공인데요. 이때의 오카다군도 역시 지금만큼의 유명세는 아니었던가요?

오오이시 치카라 역의 오카다 준이치.
붓상의 과거 혹은 전생?
나중에 확인했는데, <키사라즈 캣츠아이>의 웃치, 오카다 요시노리도나오네요.
이 밖에도 제가 이름은 잘 모르지만, 많은 일본의 관록 있는 배우들이 참여했습니다.
개런티만 해도 장난 아닐 것 같아요.
마지막에 호리베의 목을 치는 무사로, 와타나베 켄이 깜짝 카메오 등장을 합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일본 배우네요.

헐리웃 간지 와타나베 켄의 까메오 출연
워낙 SMAP의 팬이다 보니, 각 멤버들의 드라마를 순수하게 보기가 힘들어집니다.
호리베 야스베는 사실 팬들이 알고 있는 기무라 타쿠야라는 스타의 이미지와 굉장히 닮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정직하며, 포기를 모르는 남자이죠.

호리베 야스베 그리고 기무라 타쿠야
그리고 재미있는 게 극 중반까지 호리베 야스베가 쓰는 말투나 표정, 행동 등은 오늘날 일본 연예계에서 자리 잡고 있는 전형적인 기무타쿠 캐릭터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그래서인지, 제 눈에는 드라마 내내 에도시대의 낭인 호리베 야스베가 보이지 않고, 촘마케를 한 기무라 타쿠야가 보이더군요.
사람들이 배우 기무라 타쿠야의 연기를 평할 때 그는 어떤 배역이든지 기무타쿠화 시켜버린다고 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하지만, 클라이맥스인 키라 저택 습격 씬을 볼 때부터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이 칼부림 장면은 사실 드라마치고는 꽤나 공을 들이긴 했지만 굉장히 잘 찍은 액션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기무라라는 배우가 미친 듯이 질주하고 선혈이 낭자하도록 싸워대자, 거기서 그의 놀랄만한 매력을 한 가지 발견해 버린 것이지요.
일단 카메라가 전투 내내 그의 얼굴을 엄청나게 클로즈업해대는데요.
미친 듯이 키라를 찾아다니며 무작정 베어대고, 얼굴에 피를 묻힌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눈동자를 희 번득거리는 그는 한 마리의 살아 움직이는 야수 그 자체입니다.
말 그대로 광기어린 모습이 꽤나 매혹적이어서 몰입을 하고 보게 만들죠.
사무라이극이 아니라, 무슨 판타지물을 보는 줄 알았어요.
철갑투구(?)와 흑백의 조화를 이룬 의상도 여기에 한 몫하는것 같구요.
이전 제 눈에는 참 중성적으로 보였는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이 배우의 남성미를 칭찬해대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야말로 광기어린 맹수 한 마리 그 자체.
주군을 위한 내 복수의 앞길을 누가 막으리.
(솔직히 멋있었어요)
<지금 히어로 극장판을 찍을 때가 아니라, 좀 더 나이 먹기 전에 제대로 된 킬빌류의 액션영화라도 한 편 찍어줘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깝다구요. 그 광기어린 눈빛이>
이 드라마를 보고 추신구라, 충신장에 대해 좀 더 조사를 해보았는데
추신구라의 구라는 오오이시 구라노스케의 구라에서 따왔다는 것 같고요.
실제로 키라의 목을 벤 무사는 드라마와 달리 호리베 야스베가 아니라네요.
아사노가 절복하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알려진 것과 조금 다르구요.
어떤 곳에는 47명 무사가 절복하지 않고 모두 뿔뿔이 흩어져 숨어 살았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드라마는 역시 픽션이니까요.
그리고 국내에 개봉했던 <기묘한 이야기>의 핸드폰 에피소드가 이 추신구라에서 따온 이야기라는데요. 한번 봐야겠어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수상은 이 충신장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47명의 무사 이름을 전부 외우고 있다고 하네요.
호리베와 호리가 아삭아삭 단무지를 먹는 소리가 너무 식감 있게 들려서 결국 참지 못하게 저녁 때 라면 먹으면서 열심히 단무지 먹었습니다.
그래도 닥꽝이 어쩌고 하면서 대사를 칠 땐 조금 웃겼어요.
우리한테는 단무지나 닥꽝이 또 다른 의미가 많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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